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이 있는 부장검사급 검찰간부 A씨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자 총력체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명의 피의자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이중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같은 사건에 대해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할 경우 통상 검찰 지휘에 따라 경찰이 사건 송치 여부를 결정해 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심각한 검·경 갈등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의 발단은 이렇다. 경찰이 다단계 판매의 사기범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추적하던중 A검사의 비리 혐의를 포착, 내사에 들어갔다.A검사의 비리 규모는 예상 외로 컸다. 조희팔 뿐만이 아니라 유진기업이라는 대기업으로 부터 거액을 받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경찰의 수사를 눈치 챈 검찰은 신속히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초대형 수사팀을 꾸려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반발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11일 직접 나서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는 것이 옳다"면서 "경찰이 이미 수사를 진행하는 사건인 만큼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임검사팀도 같은 날 A검사의 사무실과 집, 유진그룹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이 사건은 결국 특임검사의 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및 경찰의 수사준칙에 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이 송치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비리를 검찰이 내부에서 수사하겠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빼앗는 모양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내곡동 사저 검사를 소홀히 해 이미 체면을 구긴 검찰이 또다시 악수를 두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유다.

그동안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검찰이 내놓으라고 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수사지휘권이 없는 경찰은 늘 검찰에 사건을 넘겨주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도 이런 이유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검찰의 논리는 궁색하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그냥 지켜보아야 한다. 그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