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모중학교의 한 여교사는 요즘 협박전화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학력평가시험 결과가 좋지 않은 담임반 학생에게 심하게 야단친 것을 갖고 학부형이 학교와 집으로 계속 협박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잘 하라는 의도 외에 다른 뜻은 없는 것이었지만 항의전화에 온종일 시달리는 탓에 가르칠 의욕조차 없어지고 있다고 한숨짓고 있다.

급기야 최근 경기도교원단체연합회에 이 사실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4월22일 도내 K초등학교에서는 담임 M교사가 수업중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가정통신문을 찢어 교실바닥에 뿌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K학생에게 여러 차례 주위를 주었지만 말을 듣지 않자 홧김에 “너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으니 집에 가라”고 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곧 학교로 달려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수업중인 M교사와 J교감을 폭행,폭언하는 행패를 부렸다.

결국 사건 4개월이 지난 8월 학부모의 공개사과로 매듭은 지어졌지만 M교사는 지금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경기 D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4월27일 동료학생과 다투고 심하게 장난하던 L학생을 담임교사가 지휘봉으로 허벅지를 때렸다가 550만원을 부모가 요구,응하지 않자 경찰서에 상해혐의로 고소를 당했는가 하면 같은 해 7월 H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 몇몇을 단소로 때렸다는 이유로 5학년3반 Y교사는 학부모 8명으로부터 피소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교원들의 숫자가 늘어 가르치는 방법도 각각 다르고 학부모의 교사를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지만 이같은 문제로 교사를 고소하는 사례는 불과 7~8년전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때문에 의욕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교사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집계한 교원침해사건은 지난 97년 36건에서 98년 70건,지난해 77건 등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다.

사건으로 처리된 사례말고도 학부모들은 자그마한 일로 걸핏하면 교장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것이 이제 다반사인 현실에서 많은 교사들은 교단에 서있는 자체가 서글프다고 느끼고 있다.

경기도교원단체연합회 李信求회장은 “교사들은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상급자나 학부모들의 압력에 굴복하게 마는 것이 현실이어서 큰 잘못 없이 결국 징계를 받거나 심지어 휴직이나 퇴직을 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간의 신뢰회복과 교원예우규정 제정 등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李俊九·張學鎭기자·lee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