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이 중소기업으로 옮겨지면서 업계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해묵은 난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화된 만성적 인력난에 대한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경인일보는 남동인더스파크(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구직난 속 구인난(미스매치)에 신음하고 있는 인천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출구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3개월 버티는 경우 드물어
20대 대신 40대 주로 뽑아
생산직 근속년 너무 짧아


인천 남동인더스파크내 한 자동차부품 업체의 노무관리 담당인 김상지 차장은 채용면접 업무가 일상이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데다 취업 희망자 가운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김 차장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은 대개 3개월 이상을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래서 비교적 책임감이 강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인력을 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근로자 30명 가량을 채용했지만 지금은 한명도 없다. 내국인과 임금수준이 비슷해진데다 언어소통 문제까지 있어 외국인근로자 채용에 따른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졸업생 역시 인력충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업생의 90% 가량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다른 직종으로 전직한다고 한다. 김 차장은 "지난해 채용한 특성화고 졸업생 8명 가운데 현재 2명만 남아 있다"면서 "학교에서와 달리 현장에서는 연장 및 휴일근무 등 잔업이 계속되다 보니 이런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이 300명 가량인 남동인더스파크내 한 금속표면처리 업체의 노무담당 이유건 차장은 "생산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개월이 채 안될 정도"라면서 "더 큰 문제는 젊은 기능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않는 것인데, 특히 중간 허리층에 해당하는 경력 4~8년차가 필요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 밑빠진 독에 물붓기… '끝이 안보이는 인력보충' 중소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1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남동인더스파크(남동국가산업단지)내 한 중소기업의 생산라인 작업대들이 군데군데 비어 있다. /임순석기자
이 차장은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기능인력들이 학교와 기업체 현장간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제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졌더라도 기업현장에 오면 단순생산직 수준의 일부터 맡겨지는데 이런 실정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취업을 하다보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역소재 80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필요 인력 및 구인 애로 조사'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생산인력(61.1%) 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다음은 연구개발(11.9%) 인력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72.6%)에서 특히 제품생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주요도시의 중소기업인력실태를 조사한 보고서(2008)를 보면, 인천지역 기술직 및 준전문가 부족률은 8.69%로 전국평균(2.89%) 보다 3배 가량 됐다. 기능직과 단순노무직 역시 각각 5.66%와 4.78%로 전국평균인 3.69%와 2.98%를 크게 웃돌았다.

/김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