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38)씨는 요즘 하루에도 대여섯통은 기본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짜증이 날 정도다. 그의 자동차보험 만기가 다음달 14일인데 이미 두세 달 전부터 국내에 있는 보험사란 보험사는 전부 전화를 걸어와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어온 텔레마케터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면 그냥 끊어버리고 만다.

이씨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곧바로 문자가 발송된다"며 "어떻게 내 차종과 연식을 정확히 알고 보험료 견적까지 뽑아서 전화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보험사간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만기가 임박한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발송되는 전화와 문자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차종과 연식, 현재 가입중인 보험사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마다 매년 보험 만기일을 앞두고 수만건의 고객정보 조회와 함께 보험료 산출작업, 이른바 보험 설계에 들어간다.

원칙상으로 보험사들은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된 채 보험사들은 관행을 내세워 고객정보를 임의대로 수집·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각종 제휴카드 등을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상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정보제공 동의 서명을 하면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이용한다"며 "한 건당 얼마씩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보험사마다 축적해 놓은 개인정보를 통해 보험 가입 및 만기 내용 등을 조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개인정보 동의를 거치지 않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연말부터 '보험정보망 공동정보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자동차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나 소비자가 명확하게 동의한 때만 예외적으로 텔레마케팅을 허용키로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한 재무컨설턴트는 "최근 한 소비자가 텔레마케팅을 벌인 보험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삼아 300만원의 보상비를 타내기도 했다"며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