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된 물량 반출 차질에
투자비용까지 날릴까 불안
"근로자들이 남은 밥과 반찬을 나눠 먹는 등 근근이 버티고 있다. 마지노선은 월요일이다. 이때까지 출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철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개성공단에 7명의 직원이 남아 있는 경기지역 의류업체 A사 L대표는 4일 이들의 식자재 공급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출입 통제가 이뤄지기 직전에 보름치의 원자재를 공급했기 때문에 조업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이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물량이 남아도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미 생산한 물건을 수시로 가져와야 하는데 출경이 안 되다 보니 입경시에도 생산한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 운송수단이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L대표는 "당장 오늘(4일) 홈쇼핑에 내놓을 물건들인데 미치겠다"고 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중단 조치가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직원들의 식자재 공급이 끊기고 이미 생산한 물량의 반출에 차질이 생겨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사태 장기화로 투자비용까지 날릴까 걱정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주)B사 간부 C부장은 "현재 개성공단 내 상황은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식자재가 동이 나 1·2공장에 각 1명씩만 남겨 놓고 오늘 10명이 귀경했다"며 "월요일에는 정상적인 출입경이 이뤄져야 한다.
내일(5일)은 절기상 청명으로 북측 공휴일이고, 토·일요일 이후이면 5일째 되는 것으로 자재 공급이 안 되면 사실상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업에는 문제가 없는데 자재가 부족해 조업을 할 수 없는 현실을 하소연했다.
전자업체인 D(주) E대표도 "당장 다음주에 납품을 앞둔 물량이 금액으로 치면 3억원인데 바이어들의 불안감이 말도 못한다"며 "이틀간 전화받고 이를 진정시키는 데 시간을 다 보냈다"고 털어놨다.
또 "오전에 북측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내려가라는 통보가 있었다고 전해 들어 가슴이 철렁했는데 와전된 얘기라 다행"이라며 "바이어들이 국내 언론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전화를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답한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현재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은 모두 123개로, 이 가운데 도내 기업은 A사를 비롯해 33개, 인천지역 업체는 19개이며, 2005년 개성공단 입주 이후 지금까지 20억1천703만달러의 생산액을 기록했다.
/이종태·김대현·이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