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 DB
등화관제를 기억하는가. 나는 그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저녁 8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민방위대원들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집들을 향해 "불 꺼요"라고 점잖게 말하다 그래도 불이 꺼지지 않으면 대문을 걷어차며 "불 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일순간 동네는 아니 도시는 암흑속에 갇혀버렸다. 야간민방위 훈련이다.

두려움, 공포, 짜릿한 전율이 엄습했다. 민방위는 1975년 9월22일 조직됐다. 적의 침공이나 전국 또는 일부 지방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거 민방위의 존재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했고 국민들의 반공의식도 투철했다. 매년 민방위 기념식은 성대하게 진행됐다. 1978년 9월22일 민방위 3주년 기념식이 수원공설운동장에서 열렸다.

/靑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