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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리 가천대 교수·대외협력처장
새벽 2시반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아내가 침대 모퉁이에서 허리를 부둥켜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남편은 부랴부랴 119에 전화를 하고 아내를 부축하여 옷을 갈아입혔다. 병원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MRI 검사 결과 허리디스크라는 판명을 받게 되었다.

아내와 남편 모두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납득되질 않았다. 나름 몸을 관리하기 위해서 등산하고 걷기도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허리디스크란 것이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필자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얼마 전 일어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중년여성의 건강'에 대해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허리디스크의 전문용어인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의 관절과 관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 돌출되어 요통이나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흔히들 "앉은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습관이란 것이 그리 쉽게 몸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한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심혈관질환 인자를 지닌 중년여성 10명 중 8명은 고지혈증을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그렇다 치더라도, 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안타까운 건강상의 문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건강에 가장 관심을 쏟지 못하는 대상이 중년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와 남편의 건강에는 신경을 쓰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을 살피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현실에서, 결국 중년여성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돌이켜 보면 본 논고의 모두에서 언급된 중년여성인 아내의 사례를 보면, 자신의 몸을 관리하기 위해 등산과 걷기 등을 하였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적·규칙적으로 하였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고 운동이 허리디스크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스트레스에 의한 요인이나, 잘못된 자세 혹은 퇴행성관절염 등 보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년여성들에게 있어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건강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는 습관이 결국 중요하리라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 하루하루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몸에 대하여 끊임없이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본인의 건강과 행복을 챙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의 습관화를 통해 매일매일 자신의 몸에 대하여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필자는 지인에게 일어난 일련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도움의 말을 전했다. 일정시간을 할애하여 재활체조를 할 것을 권하면서 "부인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아내가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하라고…."

/최미리 가천대 교수·대외협력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