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시작된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전시회가 개막 한 달만에 3만 관람객을 돌파했다.

인천에서 열린 단일 미술기획전에서 한 달만에 3만 관람객을 돌파한 것은 피카소 전시회가 처음이다. 장마와 폭염속에서도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전시회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관례처럼 여겨졌던 '서울 먼저'라는 미술 전시의 관행을 과감히 깨고, 거꾸로 인천에서부터 시작해 서울로 올라간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대규모 기획 전시와 관련,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인천에서 시작된 세계 미술 거장의 전시회를 접한 인천 시민들은 "모처럼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방대한 작품이 피카소의 고향인 스페인 말라가에서 직접 공수돼 왔다는 점이다.

지난달 인천을 찾은 호세마리아 루나아길레라 피카소재단 재단장은 "1988년 피카소재단이 설립된 이후 300여점의 피카소 작품과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해외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 재단은 지금까지 이탈리아와 싱가포르 등 12개 국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작품 수가 많다보니 피카소의 다양한 그림 기법과 시간이 흐르면서 피카소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서부터 영화평론가·정치인까지 각계각층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11일에는 부평에 있는 시각장애인 보호시설인 광명원 원생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고, 영화평론가 하재봉씨는 인터넷에 자신의 관람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 중국 창저우시(常州市) 문화사절단 일행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 많은 인사들이 전시회장을 찾았다.

스페인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스페인 최대 국영 방송사인 RTVE는 지난달 5일 '피카소, 말라가에서 한국으로, 아시아 상륙(Picasso, de Malaga a Corea del Sur: la invasion asiatica)'이란 제하의 방송을 내보냈고 스페인 말라가시 지역 신문인 말라가 오이(Malaga Hoy)는 '피카소 생가 박물관이 한국에서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전시회를 개막했다(La Casa Natal inaugura hoy Picasso de Malaga, Picasso absoluto en Corea)'란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피카소 전시회가 스페인 사람들에게 인천이란 도시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인천시민들에게는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도 이런 거장의 전시회를 볼 수 있다는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관람객 박주동(40·남동구) 씨는 "인천에 살면서 거장의 미술전시회를 처음 봤다"며 "대부분 서울까지 가서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 피카소 전시회를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