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군마 키우던 곳 1973년 국토종주때 새이름
옛 고랭지밭서 날아오르는 패러글라이딩 '세월 변화'
하산길 이끄는 계곡… '수도권 제일 휴양림' 손꼽혀

대전을 출발한 제 2차 국토자오선 종단 등반대가 3월 11일 양평으로 진입하면서 862m봉을 지나던 중 산세가 아름답고 계곡이 깊은 이 산의 이름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당시 유일한 여성대원이었던 진유명(晋有明)씨의 이름을 따서 유명산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후 이들의 종주기가 한 일간지에 실리면서 유명산으로 불리게 된 것인데 중종 25년에 간행된 '신동국여지승람'에는 '마유산(馬遊山)'이라 쓰인 기록이 있으니 원래의 이름을 찾아야 할 곳 중에 하나다.
마유산과 관련한 어원은 '조선시대 군마를 방목했다'라는 추측이 주를 이뤘다.
최근들어 '조선 태종 3년(1401년) 제주감목사 김건용이 양마 6필을 경기도 양근의 마유봉으로 보냈다' 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는데 현재 옥천면 신복리 '마골'과 서종면 '마현'과 '마현산' 등의 지명적 연관성을 들고 있다.
이후에 많은 단체들이 제 이름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고착화 돼버린 형국이어서 아쉬움이 남던 차에 '경기레포츠 페스티벌'에서 2012년에 이어 2013년 올해도 유명산이 아닌 '마유산'으로 표기되어 소개가 되고 있으니 점차 제 이름으로 불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발 530m의 선어치고개
한강의 기맥을 넘는 고개인 농다치고개(해발 410m)를 지나자 곧이어 해발고도 530m의 선어치 고개가 나타났다. 함께 하기로 한 (주)정원의 이동협 대표와 일행을 태웠던 버스가 힘겹게 올라선 고갯마루다.
선어치(仙於峙)의 옛날 이름은 '서너치고개'였다. 옛날 이 고개는 울창한 수림 때문에 이 고개를 넘다 보면 하늘이 겨우 서너치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서너치고개가 한문으로 기재가 된건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지형도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일본인들에 의해서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미산과 유명산으로 안내하는 현판이 서있는 곳을 보니 도로 절개지에 내놓은 산길이라 그런지 가파르게 올라서야 할 모양이다. 하지만 가파름도 잠시, 이내 수그러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775봉까진 평지와 오르막이 교대로 나타나지만 산길은 험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농다치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지점을 지나면 소구니산(801m)까지는 지척이다.
예전에는 소구니산 주변으로도 고랭지 농사를 지어 사방이 훤했다는데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는지 빽빽한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
급경사 내리막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다가와 있는 삼형제바위는 우회로가 있으나 조망을 즐기려면 바위 정상에 서야 한다.
정면으로 유명산 정상, 남동으로 고랭지밭 터, 남으로 동막 왼쪽 계곡과 신복 3리 등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곳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변한 고랭지채소밭
현재의 활공장이 위치한 구릉지대는 1970년대 초 고랭지채소단지 조성 당시에 불을 질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채소 외에 피마자를 주로 재배했으나 1986년을 전후하여 농사를 짓지 않게 된 후 지금의 초원으로 변하여 독특한 형태의 산세를 지니게 된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오르내리던 산길을 사륜구동 트럭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을 태우고 오르내리는 것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
한편 삼형제봉을 지나고 나면 산세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북동쪽으로의 급사면은 변함이 없으나 남쪽사면으로는 부드러운 산세가 이어지며 억새밭이 형성되었는데 가을철 낭만적인 풍광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수도권 최고의 휴양림을 품고 있는 마유산
펑퍼짐한 형태의 정상에 서면 저절로 완만한 남쪽 능선과 용문산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한편으론 더 높은 곳으로 올려다 보는 산이어서 그렇고 또 다른 면에서는 능선을 내려다보는 마음이 편해서다.
하지만 산의 명소는 따로 있으니 일명 유명농계(有明弄溪)가 그것이다.
어비산과의 사이 계곡엔 뎅소,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 크고 작은 폭포수 물로 형성된 소(沼)가 10개 넘게 줄줄이 이어져 비경을 이루고 있어서 그 명성에 걸맞게 가평 8경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의 정상에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방향으로 향한다.

계곡은 날선 옛 모습의 협곡이 아니었다. 많이 유순해지고 다듬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쳐가기만 할 뿐 여유롭게 하룻밤을 지낼 수가 없다. 그래서 계곡의 끝자락에 휴양림을 조성하여 사람들을 쉬게 할 공간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캠핑이 대세인 요즘 심심치 않게 받게 되는 질문중의 하나가 캠핑장과 관련된 것으로 질문에는 가급적 수도권이어야 하고 시설도 좋아야 한다는 단서가 늘 따라 다닌다.
시설 좋고 풍경 좋은 사설캠핑장도 많지만 경기도내에서 접근하기 쉽고 편의시설과 환경이 함께 좋은 곳을 꼽으라면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산 끝자락에 도착한 휴양림의 모습을 본 이동협 대표가 "직원들과 단체로 하룻밤을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일 것 같네요"라고 말하자 직원들이 모두 "하루빨리 오고 싶어요"를 외치며 응수를 한다.
한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와 규모, 환경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힐링캠프가 여기에 있었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