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에겐 자부심·스페인과는 교류 물꼬 '큰 의미'
내달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관객 맞이
지난 7월 6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시작해 22일 막을 내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전시회는,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도 세계 거장들의 미술 기획 전시회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인천 문화계에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시민들 또한 굳이 서울을 가지 않고도 인천에서 이런 큰 전시회를 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제대로 된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곳에 사는 인천시민들은 그동안 서울에나 가야 세계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미술 전시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서울이나 경기도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인천 입장에선 피카소와 같은 세계 거장의 작품을 가져와 전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자 문화적 실험이었다.
80여일간의 대장정을 끝마친 피카소 전시회가 인천에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 인천에서도 대형 미술 기획전 성공 자신감
전시회를 시작하기 직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관람객이 많으면 3만명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지역 최대 전시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한 인천시민의 미술전 관람 수요가 그 정도될 것이란 얘기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총 9만5천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인천에서 열렸던 단일 미술 기획전 중 사상 최대 인원으로, 하루 평균 1천200여명의 시민들이 전시회장을 찾은 셈이다.
피카소 전시회는 개막 한달 만인 지난 8월 6일 3만 관람객을 돌파했고, 8월 20일에는 5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인천에서 '피카소붐'을 일으켰다.
관람객 또한 시각장애인에서부터 전직 외교관, 정치인, 지역 아동센터 취약계층 어린이 등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여건 등을 가리지 않았다.
다양한 인천시민들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 인천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도 심어줘
경인일보가 지난 8월 20일부터 21일까지 피카소 전시회장을 찾은 304명(인천시민 241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시회장을 찾은 인천시민 70%가 서울에서 미술 전시를 관람한다고 응답했다.
서울에서 관람한다고 대답한 사람 대부분(80%)은 인천보다 전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미술 전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에서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인천지역의 전시 문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피카소 전시회를 보고 나온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런 전시회가 인천에서 열리면 굳이 서울로 갈 필요없이 인천에서 관람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세계 거장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자주 기획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했던 이은희(42·여)씨는 "아이들과 멀리 가지않고 인천에서 이런 미술 기획전을 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인천에서 보다 많은 미술 전시회가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피카소 전시회는 인천과 스페인의 문화 교류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현재 표류중인 시립미술관 건립이 왜 중요한지 등을 시민들과 지역 문화계에 한 번 더 각인시켜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에서 막을 내린 피카소 전시회는 다음달 1일부터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오는 11월 24일까지 전시된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