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헌책방 '詩낭송회'

40년 된 아벨서점 대표가 열어
토요일 다락방의 낭만 70회째

■중구 '한국근대문학관'

근대문학 유입 '개항도시 의미'
추억 전시에 문인의 꿈도 키워


'인천은 문화 불모지'라는 자조와 푸념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서울과 가까운 탓에 '문화예술 종속'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이런 목소리가 전혀 일리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천 구석구석에서 문화의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인천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인프라 가운데 '배다리 헌책방의 시(詩)낭송회'와 '한국근대문학관'이 눈길을 끈다.

인천 동구 배다리에 있는 오래된 한 건물 다락방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시낭송회가 열린다.

이 시낭송회가 지난 토요일, 70회째를 맞았다. 처음 시작한 것이 딱 6년 전이다. 한 달에 몇 차례씩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매월 1회로 정해졌다. 규모가 큰 단체가 주관하는 돈 많이 드는 거창한 행사가 아니다.

시낭송회를 마련하는 곳은 오래 전부터 배다리를 지키고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이다. 시낭송회는 후원금과 같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운영되지 않고, 모두가 다 아는 저명 인사가 강연자로 참석하지도 않는다.

행사 자료집도 A4용지 반쪽 크기에 20~30쪽 분량의 '시모음집'이 전부다. 아벨서점이 문을 연 지는 올해로 꼭 40년이 됐다. 이 서점 곽현숙 대표는 10여년 전 헌책방 옆에 '아벨전시관'을 개관했다.

전시회와 시낭송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이고 싶어서 별관 개념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문화 공간으로 꾸미는 작업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당시 인천시는 배다리에 있는 건물을 모두 철거한 뒤 새 건물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고, 곽 대표 등 주민들은 배다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시낭송회를 생각한 것은 오래 전인데, 배다리를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당국에 맞서다보니 좀 늦어졌어요. 시낭송회를 시작한 것은 뭐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책방 주인으로서 한번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그게 책방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고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곽 대표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함축적인 것이 시(詩)다. 그래서 시낭송회를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9월,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인천 중구의 한 창고 건물이 한국근대문학을 체험하고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가 함께 만든 한국근대문학관이다.

개항도시로서 근대문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인천에 들어섰다는 의미가 있다. 전국에는 약 70개의 문학관이 있는데, 유명 문인 등이 운영하는 '개인문학관'과 '지역문학관'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최초의 공공종합문학관이다. 문학 자료 수집·보존은 물론 전시와 교육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 문학관을 찾아오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 학생들은 문인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70회를 맞은 헌책방 주최의 시낭송회와 개항도시라는 지역 특성을 살린 한국근대문학관. 알리기에만 시끄러운 문화 행사보다는 이러한 작은 시낭송회와 인천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한국근대문학관과 같은 문화 활동·인프라가 인천의 문화를 살찌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