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성택 처형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초 정해진 대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40여 년을 정권 2인자로 군림해온 최고지도자의 고모부가 전격적으로 처형됐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 전반이 그 여진으로 어수선할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크고 작은 일정들이 차질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구'인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이다.

로드먼은 올해 2월과 9월에 이어 지난 19일 당초 예정대로 북한을 찾았다. 그는 오는 23일까지 평양에 머물며 북한 농구팀을 훈련할 계획이다.

김 제1위원장은 로드먼이 북한에 올 때마다 그와 환담하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김 제1위원장이 로드먼과 함께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숙청 바람이 지나간 북한의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와 '공포정치'를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고려하면, 고모부를 처형한 직후 미국 농구선수를 불러들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김 제1위원장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보란 듯이 로드먼을 불러들인 것은 장성택 숙청이 북한 사회나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고 북한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도 양자간 유일한 사업인 개성공단만큼은 기존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 당일인 지난 12일 북한은 남측에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 제4차 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정부가 제의한 주요 20개국(G20)과 국제금융기구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도 수용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 9월 16일 3차 회의 이후 석 달 만에 지난 19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4차 회의를 열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첫 남북 당국 간 회담이었다.

특히 북한은 이날 밤 회의 개최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이 장성택 숙청에도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17일)를 앞두고 이달 초부터 러시아, 몽골 등 각국에서 잇따른 각종 추모행사 역시 장성택이 처형된 12일과 그 사실이 발표된 13일에도 예외 없이 열렸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들도 대거 방북해 김 국방위원장 추모행사에 참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장성택 숙청에도 북한은 바뀌는 것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라며 "안팎의 불안한 시선을 잠재우고 체제의 안정성과 정책의 지속성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