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명경시 풍조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시대에 진입했지만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안전망이 제구실을 못하며 살인행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소한 이성간 문제, 말다툼으로 인한 살인행위도 서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범죄자들에겐 일말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런 범죄가 밤낮으로 일어난다. 사회정서가 메말라가고 상대적 빈곤이 원인이라곤 하지만 빈도수가 너무 높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80%가 나약한 여성들이다. 미국의 22.5%, 중국의 30.1%, 영국의 33.9%, 프랑스의 34.3%에 비해 배 이상 여성들의 피해가 크다. 사회적 약자를 노린 살인범죄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OECD국가중 이미 자살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끄러운 상황 속에 살인사건이 이같이 무분별하게 급증하는 것은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적 풍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살인사건은 모두 1천29건, 하루평균 2.8명 꼴이다. 이들 살인의 가장 큰 동기는 '우발적'으로, 경악스럽다.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저지르는 범죄인 것이다. 전남 광주에선 빚을 받으러온 여인 2명을 무참히 살해해 인근 하천에 버렸다. 빚갚을 여력이 없다고 채권자를 아예 제거해 버린 것이다. 지난해 7월 용인에선 19살 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소녀를 성폭행후 살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까지 했다. 시신을 조각내고 범행도중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도 했다. 안산에선 목 없는 시체와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되는 등 잔혹행위에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수원에선 30대 남성이 결혼을 약속한 여성을 살해했고 칠곡에선 술에 취해 동거녀를 살해하는 등 묻지마식 살인범죄도 만연하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이 인명경시 풍조로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피해자의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는데도 문제가 있다. 2005년에 일어난 1만8천여건의 강력범죄중 피해자의 79%가 여성이다. 2011년엔 2만8천여건 가운데 여성피해자가 83%나 되는 등 살인이나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사회 스스로가 방어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설 곳은 더 이상 없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인명경시 풍조
입력 2014-04-14 22:03
지면 아이콘
지면
ⓘ
2014-04-15 1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