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보다 샵(#)메일이 먼저?'

지난 11일 오후 2시께 수원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예비군들이 총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훈련에 앞서 A동대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플레이스토어에서 샵메일 앱을 다운받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용약관을 차례로 누른 뒤 통신사를 구분해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하라"며 "가입 시 집 전화번호는 '0'번으로 도배해도 된다"며 샵메일 가입방법을 설명했다.

홍보는 40여분간 이어졌고, 20여명의 예비군이 이처럼 반강제(?)적으로 샵메일에 가입했다. 결국 이날 훈련은 오후 2시40분부터 시작됐다.

A동대에서 홍보한 샵메일이란 송수신된 문서가 등기우편처럼 법적 효력을 갖는 일종의 전자우편으로, 전송에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부터 샵메일을 이용해 훈련소집 통지를 하기 위해 관련 행정규칙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샵메일은 공인인증서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가입절차가 복잡해 대부분의 예비군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자 각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훈련은 않고, 샵메일 가입을 유도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예비군은 "개인정보를 모두 써내야 하고, 공인인증까지 하라는 통에 찝찝한 느낌"이라며 "자신들 업무 편의를 위해 예비군들에게 가입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범을 보이는 등 홍보를 하라고는 했지만, 가입을 강요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각 예비군 동대장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