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거부·의료진에 행패
진료 늦어지는 경우 많아

폭력 적발땐 5년 이하 징역
"치료가 우선" 신고도 못해

연말 송년회가 늘면서 병원 응급실마다 주취자 난동이 잇따르고 있다. 취객 역시 환자다 보니 병원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24일 오전 1시께 수원시 원천동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계속 고성이 터져 나왔다. 고성의 근원지는 응급실 침상이 아닌 접수대.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신사가 청원경찰들에게 양팔이 잡힌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남성의 얼굴은 피로 붉게 물든 상태였지만, 만취상태라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소란이 길어지자 응급실을 찾았던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뒤섞여 병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병원 보안 담당자는 "만취상태로 응급실에 이송되는 주취자가 전월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며 "매일 밤 몸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의사 진료까지 늦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인천시 계산동의 한 병원 응급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오전 9시께,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술이 깨지 않은 남성이 의사와 간호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 남성을 한참동안 제지하던 병원 관계자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연말 송년회 등 술자리에 갔다가 만취해 다른 일행과 주먹다짐, 혹은 빙판길 낙상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응급실내 폭력 행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치료가 우선인 데다, 만취환자가 워낙 많아 쉽사리 경찰신고도 못하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의료진에게 행패를 부리는 등 추태를 부리는 환자가 연말에 급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송년회가 몰리는 연말, 평소보다 주취자 신고가 늘어난다"며 "응급실내 주취자 난동은 응급치료 행위를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입건해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