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옥마을 터잡고 명맥잇기
방송영화계 작품 사용요청 봇물
게스트하우스서 외국인 교육도
전통자수·실 박물관 여는게 꿈


"자수는 장인이 한땀 한땀 놓는 수에 들인 정성이 모여 탄생하는 작품입니다."

지난 5일 첫 전통자수 개인전을 무사히 마친 유숙자 자수명인의 말이다.

전통의복의 꽃은 의복에 오색실로 수놓은 '전통자수'다. 급속한 산업화로 우리 전통자수의 자취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수원 화성 한옥마을에 터를 잡고 전통자수의 명맥을 이어가는 유숙자 명인(59)을 만났다.

그녀는 남원에서 바느질 솜씨로 소문난 어머니 어깨너머로 자수를 배우며 30년 자수 인생을 걸었다. 유 명인은 "남원에서의 어린시절은 수를 놓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유 명인이 본격적으로 전통자수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지난 2000년 고행자 선생을 만나면서. 그녀는 스승 고 선생을 "자수세계의 숨은 장인으로 수로 시작해 수로 삶을 마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유 명인은 스승을 통해 전통자수에 깃든 장인 정신의 본질을 깨우쳤다.

고 선생이 2012년 작고하자 그녀에게 전통자수의 기법을 전수해준 또 한명의 스승을 만난다. 최초의 자수장 기능보유자인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한상수 장인이다.

한 장인은 그녀에게 자수의 기본인 실 꼬기에서 수를 놓는 방법까지 전통자수의 기초 부터 다시 가르쳤다. 장인의 특훈으로 유 명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배우 김혜수의 사랑채에 숨어든 송강호와 조정석이 몸을 감췄던 아름다운 자수 병풍이 바로 유 명인의 작품이다. 그녀는 "요즘도 방송과 영화계 관계자가 작품을 빌려달라고 연락이 온다"며 미소를 보였다.

자수는 지루하고 고단한 공정 만큼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유 명인은 "자수작품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며 "자수는 가구, 가죽신, 옷을 만드는 훌륭한 장인들을 만나야 하나의 작품이 된다"며 자신을 한껏 낮춘다.

그녀는 자수를 배우고 싶은 일반인을 위해 2년전 한옥마을 내에 공방 '송아당'을 열어 자수를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며 수원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에게 우리 전통자수를 알리고 있다. "정조의 얼이 서려있는 수원에서 터전을 잡고 전통자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고 한다.

유 명인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사라져 가는 전통자수 작품과 실을 한데 모아 전통자수·실 박물관을 여는게 그것이다.

/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