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큐3일 /KBS2 '다큐3일' 홈페이지 캡처 |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덕유산에 오르기란 어렵지 않다.
곤돌라를 타면 해발 1,520m의 설천봉까지 15분 만에 도착하고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하다.
등산객 중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포착됐다. 강정섭 할아버지(82)다. 강 할아버지는 덕유산에 오기 전날 밤 잠을 설쳤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산행인데 눈이 내리지 않는 건 아닌지, 눈꽃이 녹은 건 아닌지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 눈발이 흩날리자 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하차장에서 향적봉을 거쳐 중봉까지는 1.6km의 완만한 길이다.
![]() |
▲ 다큐3일 /KBS2 '다큐3일' 홈페이지 캡처 |
이 길지 않은 능선을 걷는 동안 강 할아버지는 사진을 100장 넘게 찍었다. 그런 아버지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아들 강남규 씨(52). 이날을 위해 그는 날씨 확인과 답사도 꼼꼼히 마쳤다. 해가 갈수록 쇠약해져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아버지에게 이번 산행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때로 눈꽃은 삶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덕유산을 찾은 이영애 씨(58). 그녀는 작년 말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빈자리를 눈물로 채우던 영애 씨의 손을 붙잡고 두 친구와 딸이 산행에 나섰다. 4시간이 넘는 산행 끝에 정상에 오르자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마음을 비우고 바람으로 채우는 길, 일상에 쉼표를 찍으러 온 사람들의 72시간이다.
한편 '다큐3일'은 25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