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상처를 숨겨서는 안 되며, 도리어 그 상처를 외부로 꺼내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6일 손기환(59) 작가는 ‘트라우마의 기록’전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화박사’로 알려진 그는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그전에는 민중화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오랫동안 분단과 관련된 회화와 판화를 제작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족적 트라우마를 담은 ‘DMZ-마주보기’, ‘ DMZ-한강I·Ⅱ’등 3개의 작품을 전시중이다.

그의 대표작 DMZ-마주보기는 원래 총 10점으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전시장 공간의 제약으로 주요작품 5점만 전시하게 됐다.

이 작품은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DMZ를 놓고 ‘김정일’, ‘반미선전물’ 등 공산주의 상징물과 ‘오바마’, ‘똘이장군’등 반공의 상징물을 작품에 등장시켜 대립적인 분위기와 함께 분단의 아픔을 전달한다.

작가는 북에서 남으로 피난 온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엔 최전방 DMZ에서 군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작가 자신이 가족사와 군 경험을 통해 민족적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존재였다.

그는 “누구보다 분단의 아픔을 경험했기에 그림을 통해 우리 민족이 65년 넘게 앓고 있는 분단의 상처를 예술로 드러내 그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었다”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손 작가는 트라우마의 기록전 처럼 국가적 상처를 드러내는 전시회가 늘어야 한다며, 많은 작가가 분단 현실을 포함한 사회적 사건에 관해 관심 가져주길 바랐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을 향해 “젊은 작가들도 분단 현실을 겪고 있는 세대로서 분단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