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살 특공대의 유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외면하고 산업 발전만 부각한 일본 근대 시설에 대해 세계유산 등록 권고가 내려진 가운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일본 미나미큐슈(南九州)시는 이른바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로 알려진 태평양 전쟁 말기 특공대원의 유서 등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도록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7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미나미큐슈시는 특공대원의 유서·편지, 이들과 관련 있는 여성의 일기, 어린이의 편지 등 보유한 자료를 군인뿐만 아니라 여성, 어린이, 학생, 지역 주민 등 국가 전체가 동원된 '총력전'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삼도록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공대의 유품을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이들을 미화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미나미큐슈시는 "비참한 전쟁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세계평화를 지키도록 남겨야 할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미나미큐슈시는 2017년에 특공대 관련 자료가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록되도록 올해 6월까지 문부과학성에 신청할 예정이며 일본 내부 심사에서 선발된 두 가지 기록군이 유네스코에 후보로 추천된다.

앞서 특공대의 유물을 전시하는 '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 측이 특공대 유서 등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했으나 작년에 유네스코 일본위원회의 심사에서 탈락했다.

미나미큐슈시가 전쟁의 비참함을 알리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특공대의 유서를 세계 유산으로 다시 신청하겠다는 구상은 최근 두드러진 편향된 역사 인식 논란과 맞물려 상당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비롯한 일본의 과거 행위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고 사죄도 하지 않아 무라야마(村山)담화를 부정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또 일본 정부는 최근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로부터 전국 8개 현(縣)에 있는 23개 산업시설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권고를 받았으나 애초 1850∼1910년만을 신청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이 가운데 7곳에서 조선인 약 5만 8천 명이 강제노동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한국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잠재 목록에 2010년 11월 22일 등록한 니가타(新潟)현의 사도(佐渡) 광산도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곳이다.

위원회는 이 지역에 최소 1천400명이 동원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사도시(市) 측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에 관해서 시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반응했다.

이 때문에 역사를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기보다는 자국을 미화하고 불편한 역사를 감추는 수단으로 세계 유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