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주문량이 밀려 고향을 찾지 못하는 한국아그파산업 안산공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공장에서 맞는 설이 오히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일 수 있겠죠.” 남들은 쉬는 명절에 더욱 바쁜 사람들이 있다.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설에도 기계를 멈출 수 없는 한국아그파산업 안산공장 직원 43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설 연휴에도 생산라인을 지켜야 한다. 주문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필름 생산이 주종이던 한국아그파산업은 지난 98년 외환위기로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게되자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수출에 주력해 지난해에는 560만달러의 PS 인쇄판(Pre-Sensitized printing plate)을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 최근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신흥 시장에서도 주문물량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생산부에 근무하는 최재성(35)씨는 벌써 3년째 설 연휴기간 고향(강원도 강릉)을 찾지 못했다. 부모님께 전화로 인사를 드리는 것도 이제는 송구스러울 정도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연휴기간 교통대란속에 고향 내려가는 일이 더 번거롭다”고들 얘기하지만 그것은 행복한 비명이라고 최씨는 생각한다.

부서 내에서 '조용한 성실맨'으로 통하는 최씨는 “일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는것 보다는 일감이 너무 많아 설 연휴에도 이렇게 바쁘게 일하는 편이 더 좋죠”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박종묵(40)씨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설 연휴 내내 근무조에 편성된 박씨는 “고속도로로 충북 청주까지 얼른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마음 같지가 않다”며 “그래도 내가 이 시각 이 장소를 지키기 때문에 회사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다 잘되는 것이라고 위안삼는다”고 말했다.

안산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선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크고 작은 기업이 30여개에 인원도 1천여명에 이른다. 경제침체로 일감이 없어 노는 업체들이 수두룩한 요즘 “주문량이 밀려 부모님께 바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효도”라고 입을 모은다.

“어머니,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가 어깨 주물러 드릴게요.” 일터에 남은 이들이 고향에 띄우는 '효도 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