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논의하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실론과 당위론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비박도 조직적으로 친박에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라 여권 전체가 권력투쟁에 빠져드는 분위기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대표를 불신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은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의원총회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최고위원회에서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결정할 수 없다. 물론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하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가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당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친박 그룹이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갈등과 긴장의 수위를 고조시키는 행태는 또 하나의 패권주의에 다름 없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 비박 투 톱으로 이루어져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교체와 여권 정치지형의 변화를 위한 포석이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재 청와대와 친박이 취하고 있는 행태는 국면전환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와 국회법 개정안 등 정치적 현안에서 청와대와 다른 결을 보여 왔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헌법적 절차인 재의에 부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정도 문제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소신과 자율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계파이익을 내세워야 한다. 정당인과 의원의 책임을 조화시키는 절제와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정국의 주도권 회복, 레임 덕 사전 방지 등 여러 포석이 있을 수 있다.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행동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금도(襟度)이며 정도(正道)이다. 청와대와 친박 의원들은 국민들의 눈길을 의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