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폐기되었다.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었으나 결과보다도 개정안 처리과정이 더 문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에 속한 권한이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거부권 정국에서 불거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문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의 내부 문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얼마 전까지 찬성표를 던진 개정안에 대한 태도 변화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설명도 없다. 물론 이유는 다 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새누리당이 국회의 일원임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표결 불참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에는 주어진 절차가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대해 삼권분립을 위해한다고 판단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재의에 부쳐진 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법 기관으로서의 소신을 가지고 표결에 임해서 부결시키면 되는 일이다. 재의결된 법률이 여전히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사법부에 권한쟁의심판을 내거나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않는 방법으로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표결 자체에 불참한 것은 친박보다 비박 의원이 많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재의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현실 정치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당위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에서만 논할 수 없다. 여권 내부의 역학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어제 국회에서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법의 정신을 외면한 정치적 행위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만약 청와대의 뜻대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난다면 그 후 새누리당의 지도부나 원내사령탑은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청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표결에 불참한 새누리당의 입장
입력 2015-07-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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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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