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 한편의 드라마 잔상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삼성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에도 합병에 성공한 금요일의 주총을 두고 하는 얘기다. 삼성물산은 그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삼성물산 지분 매입공시 이후 지속적으로 합병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다툼을 벌여왔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저지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이번 합병 성사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연 삼성의 후진적 경영이 험난하고 치열한 글로벌경제속에서 버텨낼지, 그래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네임밸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삼성은 전 국민을 상대로 감성을 자극하면서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그 덕분이었는지 국민연금을 비롯해 자산 운용사들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고, 무엇보다 ‘국익때문에 표를 던진다’는 소액주주들이 삼성편에 섰다. 그렇지만 그날, 삼성물산의 주식은 주당 7천200원(10.39%) 폭락했다. 소액주주들이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 주식 1천813만주(11.61%)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이날 하루 1천305억원이 증발했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삼성은 경영권을 확보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에게 과분한 빚을 졌다. 삼성은 이를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 한국의 재벌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마치 자신들의 땀으로 일궈낸 성과처럼, 우리 사회 문제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경영권을 지키기에 급급해 왔다. 최근 재벌 3·4세가 경영을 맡으면서 재벌과 국민과의 괴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은 기업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눈을 뜨길 바란다.
삼성, 사회에 큰 빚 졌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입력 2015-07-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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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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