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가뭄으로 시름에 빠진 농촌이 이번엔 해충과 야생동물들의 피해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말께 모내기를 끝낸 농민들은 그간 극심한 가뭄으로 주변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 써왔다. 그러나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눈물겨운 시름에 잠겨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해충과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그나마 시든 농작물마저 싹쓸이 당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기대했던 장마도 물러나 태풍과 함께 기대했던 비 소식은 해갈도 못한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영농자금을 대출받은 농민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농협 대출금으로 트랙터와 이앙기 등 농기계를 빌려 지은 농사가 가뭄으로 망치게 돼 갚을 길이 막연하다는 하소연이다.

해충과 야생동물들의 습격도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성남지역 과수농가엔 이름도 알 수 없는 벌레가 떼 지어 다니며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다고 한다. 밤이면 멧돼지와 고라니 등이 내려와 밭작물을 파헤치는 것이 일상처럼 돼버린 힘든 상황이다. 이들 야생동물의 피해만이라도 줄일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만 당국은 남의 일처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인 농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듯 관계당국도 아예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5~7월의 경기도 지역 강수량은 불과 111.3㎜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의 955.5㎜에 비하면 9분의 1 수준이고 2012년엔 683.3㎜, 2014년엔 274.4㎜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현재 농촌지역의 저수지 저수량은 30% 이하로 떨어져 해갈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이 가뭄이 일자 벌레떼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농진청은 도내 농가에 나타나고 있는 벌레떼가 멸강나방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뭄과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올해 멸강나방의 개체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엔 과수 세균병인 ‘화상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에도 불구 야생동물 피해의 경우 활동시간을 고려치 않은 포획시간 제한으로 유해 야생동물 포획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시련은 농민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가뭄으로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처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손을 놓고 있는 관계 당국은 무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