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사태가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자가격리자 1명이 27일 0시에 격리에서 풀려났고 21일째 신규환자가, 또 메르스로 인한 추가 사망자 역시 발생하지 않은 것이 그 근거다. 정부는 오늘 황교안 총리가 직접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5월20일 평택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69일만에 사망자 36명, 확진환자 186명, 의심환자 1만6천693명을 발생시킨 메르스는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메르스 사태는 정부와 방역당국의 무능, 병원의 허술한 환자관리, 환자들의 무책임 등 우리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첫번째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 격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후 컨트롤 타워 부재로 우왕좌왕하면서 환자 발생병원과 환자 경유병원의 공개를 지연시킨 당국의 무능은 병원 내 감염환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한 원인이 됐다.

메르스가 확산된 데는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도 크다.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라는 삼성병원의 대처는 한심할 정도였다. 삼성병원은 슈퍼 전파자인 14번째 환자가 사흘 내내 병원 곳곳을 누비도록 방치했다. 메르스 환자의 50%가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될 정도로 삼성병원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각종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다. 병원문화 개선이 메르스 사태로 부각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근본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2003년 사스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가 불과 10여년이 지난 후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었다는 것은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벌써 복지부 독립, 보건 담당 제2차관 신설,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격상과 본부장의 차관급 격상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신상태로는 제2 제3의 메르스가 온다 해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진단이 먼저다. 아울러 민심을 추스르고, 무너진 민생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