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지난 29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메르스, 현장 100인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70여 일간의 경기도 메르스 대응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감염병 방지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자리를 가졌다. 일종의 자기반성 시간을 가진 것인데 이 자리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이렇다. 메르스의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20일 평택의 한 병원에서였다. 그런데도 도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후 무려 보름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메르스 대책 방안을 마련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들었다. 대개가 이런 상황이라면 변명하기 급급한데 경기도는 이를 인정하고 늦었지만 정부와 공동대응팀을 마련해 더 이상의 환자 발생을 막는데 성공했다.

남경필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메르스 사태 초기에 우리는 허둥대고, 협업은 물론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밝혀 스스로 초기대응 실패와 시스템 부재의 문제를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는 경기도 민관협력 네트워크 의료위원회 위원과 40여개 외래거점병원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최전선에서 메르스를 경험한 자가격리자·구급대원·자원봉사자 등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경기도가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성있게 복기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는 여전히 아무런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보다 훨씬 희망적인 셈이다.

메르스 사태는 비록 손실은 컸지만 우리 방역체계의 부실함과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계기가 됐다. 큰 사고가 터지면 늘 지적되는 행정의 비효율성은 여전했고, 지나친 비밀주의가 사태를 확산한다는 소중한 경험도 얻었다. 이번의 뼈아픈 경험을 헛되게 날려보내지 않으려는 경기도의 토론회가 그래서 빛나 보인다. 남 지사는 토론회 마무리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작의 길에서 오늘 토론회에서 해주신 생생한 목소리는 새로운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에 귀중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메르스로 무너진 지역경제를 일으켜 세우는데 경기도민 모두 힘을 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