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것으로 보였던 롯데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에 접어들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일본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왕자의 난’의 전말을 밝히자 신동빈 회장 측이 반박 자료를 내는 등 점입가경이다. 소위 한국 10대 재벌중 재산권 싸움을 벌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재벌가 후계구도 싸움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다. 그럴때마다 언론이 호들갑스럽다고 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는 건 이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그리스 위기, 중국증시 폭락, 내수 부진, 수출 감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악재가 겹쳐 5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칠 정도로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대외변수는 대처할 수 있을 뿐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내수 진작에 사실상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내수진작과 경제활성화에 재벌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인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힘을 소진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더구나 롯데그룹은 호텔·쇼핑 등 국민들의 직접적인 소비에 힘입어 성공을 거둔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국민들이 키워 준 기업이라고 해도 롯데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하지만 국민들을 더 실망시키는 것은 재벌들의 재산싸움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허약한 우리 경제의 실체다. 설사 이번 롯데가의 분쟁이 진정되더라도, 기업의 세습이 다반사인 우리로서는 언제든지 또 다른 재벌가의 재산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게 문제다.

이는 우리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몇몇 재벌들이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자본이 독점되다 보니 이런 사태가 터지면 후유증도 크다. 재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재벌들이 지금의 체제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면 경영권 승계 과정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깔끔해야 한다. 혹여 앞으로 제2, 제3의 경영권 싸움이 벌어진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