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중심부에 위치한 문학산(文鶴山)은 인천문화의 상징이다. 비류백제, 미추홀 왕국의 발상지로서 유서 깊은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1782년 조선 중종때 간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도 그렇게 전한다. 그 문학산 정상이 다시 인천시민에게로 돌아온다. 군사시설 구축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강제로 끊긴 지 55년 만이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와 인천시가 오랜 협상 끝에 군사시설보호구역인 문학산 정상을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간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해 개방은 일단 조건부로 시행된다. 낮에만 개방하고, 훈련과 작전 수행 시에는 일시적으로 개방을 중단하며, 시설물 정비와 신설 전에 미리 군당국과 협의한다는 것이 합의의 골격이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성과를 이끌어낸 국방부와 인천시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협상과정에 양측의 고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국방과 안보의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북쪽의 거대 군사력과 대치중인 현실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을 개방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이러한 부담을 갖고 있는 협상파트너를 상대로 소유권과 개방의 당위성만 마냥 주장할 수는 없었을 인천시의 어려움도 헤아려진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수용소 철조망처럼 인천의 해안선을 따라 촘촘하게 둘러쳐져 있던 철책선을 철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 시행과 중단을 거듭했다. 현실과 당위성 간의 합리적 타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협상은 지금부터다. 또 협상의 파트너는 이제 국방부가 아니다. 원래 주인인 인천시민이다. 문학산 정상을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되돌려 보낼 것인가.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묻고, 시민들의 동의를 앞서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낡은 철책이 있는 곳에 누가 보기에도 친근한 펜스를 설치하고, 포대나 진지를 전망대로 리모델링하는 일 하나 하나에도 그런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인천시는 너무 서두르지 말길 바란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0월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정상의 절반을 우선 개방하겠다는 일정표는 그래서 오히려 걱정스럽다. 장기적으로 성곽을 복원하고 국가사적 지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서두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