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선 공천 및 선거제도 개혁이 최대 이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추진하려 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명분도 각양각색이다. 김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명분은 정치권 실력자가 쥐락펴락하는 사천(私薦)을 막자는 것이고, 문 대표의 권역별 비례대표는 영·호남지역 구도 타파가 목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 공천이건 권역별 비례대표건 도대체가 국민들의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제도를 변경하더라도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29%,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불과 7%였다. 심지어 기존 세비 예산을 동결한다고 해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은 전체의 75%였다.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그대로 반영된 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야 대표가 국민의 뜻과 전혀 무관한 정치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김 대표나 문 대표나 자신들이 구축한 현재의 정치적 기반을 더 유지 또는 확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이 깔린 허울 좋은 정치혁신이라는 뜻이다.

전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성폭행 논란사건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심 의원은 책무도, 국회의 위신이나 품위도 스스로 내던져버렸다. 이번 사안이 심각하다고 봤는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심 의원 징계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새누리당 여성의원 모임인 ‘새누리20’도 심 의원에 대한 징계 조속 결정과 의원총회 소집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일이 흐지부지 끝나리라 생각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준 충격과 실망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국회가 이번에도 제 식구를 감싸는 데 급급하고, 실추된 국회의 권위에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면서 국민공천 권역비례 운운한다면 이는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국민공천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기 전에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먼저 곰곰이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