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역시 의도되고 계획된 북한군의 도발이었다. 지난 4일 파주시 우리측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2명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입은 것은 북한이 살상 의도로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으로 드러났다. 10일 국방부는 “폭발물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현장에서 수거한 철제 용수철과 공이 등 5종 43점이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했다”며 “목함지뢰의 매설위치와 위장상태 등을 봤을 때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했을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북측이 DMZ지역에 매설한 대인지뢰는 목함지뢰와 수지재(PMN)지뢰, 강구(BBM-82)지뢰 등 세종류다. 이중 목함지뢰는 소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 TNT 220g의 폭약과 기폭장치 안전핀이 들어 있다. 2m 이내에서 터지면 사망하고 3.5m 이내이면 중상을 입는다. 군은 북한군이 통문 북쪽에 목함지뢰 2발을, 남쪽에 1발을 각각 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이같은 짓은 정전협상을 심각하게 위반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도발로 인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추진된 다양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다보니 이번 광복절에 발표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도 남북관계 회복보다는 군사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일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까 심히 걱정되는 이유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의 공포 정치로 군 간부들이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도 기습 도발할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일은 더 묵과할 수 없다.

북측의 의도는 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측의 안보 태세를 떠보는 한편, 이를 통해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유사해 ‘지상판 천안함 도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DMZ 내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이상한 징후를 보였다. 그런데도 군은 이를 대비하지 못했다. 군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나마 군이 11년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 북측이 꿈에서라도 ‘도발’하지 못하도록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강력 응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