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기조차 낯 뜨거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 공식적인 혐의는 주거침입이지만 내용은 성추행이다. 시민에 의해 선출돼 공무를 수행하는 시민의 대표가 저지른 범행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부평구의회 오모 의원은 지난 6월 중순 오후 6시쯤 자신이 사는 동네의 한 빌라 담을 넘어 들어갔다. 담을 넘은 오 의원은 빌라 반지하방에 세 들어 사는 20대 여성의 방을 훔쳐보다 방주인에게 들키자 달아났다. 여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어쩔 수 없이 자진 출석해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자신의 집이 범행현장에서 불과 130여m 떨어져 있고, CCTV로도 행위가 드러나니 더 이상 모른척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길을 가다가 창문이 열려있어 호기심에 일을 저질렀다는 오 의원의 변명은 궁색하다. 오 의원의 나이 쉰 살이다. 호기심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는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다. 시민들의 눈에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범죄 행위다. 오 의원이 속해있는 부평구의회의 조치도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언론보도는 최근의 일이지만 구의회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추한 사건을 알고 있었다. 구의회 의장은 “지난 7월 사건을 알게 됐지만 경찰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장단을 소집해 대책을 마련한단다. 너무 늦었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은 시민대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시민대표들로 이뤄진 기초지방의회의 한 구성원이다. 구의회 차원에서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선제조치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기초지방의회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초지방의회를 없애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방행정제도 개혁 차원에서 군·구와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 무용론도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자치구를 없애고 행정동 서너 개를 한 개의 대규모 동으로 통폐합해서 구와 동과의 중간 기능을 수행하는 대동제(大洞制: Great Town System)의 합리성도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기초의회의원들의 추행과 비리는 말 그대로 자신들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행위다. 이번 일을 개인의 일탈과 해프닝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옆집 훔쳐보다 잡힌 한심한 부평구의회 의원
입력 2015-08-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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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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