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는다. ‘해방둥이’들은 올해 고희(古稀)를 맞았을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는데도 그 날의 힘찬 함성이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하지만 남북은 여전히 분단 중이고, 한·일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조국 해방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우리의 조상들, 해방의 기쁨으로 거리로 뛰어 나와 만세를 불렀을 우리의 선조가 작금의 상황을 본다면 단언 컨대 실망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광복 70년을 맞은 지금 우리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 발표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70주년 담화는 50주년 때의 무라야마 담화, 60주년 고이즈미 담화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로 기대 이하가 될 것이란 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내고, 양국의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지만,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 과거사에 대한 망언 등 아베 정권의 최근 행동은 그런 기대를 아예 뭉개버렸다. 더욱이 아베 담화의 진의가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최근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끔찍한 지뢰 도발을 저질렀다.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우리 군인 2명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와 발목이 절단됐다. 천인공노할 북한의 도발에 할 말을 잃었지만 사후대책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번이나 북의 소행이라는 보고를 듣고서도 NSC를 주재하지 않았다. 컨트롤 타워 부재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러니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고 다음날 지뢰폭발사고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합참의장은 부하 직원들과 폭탄주가 도는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금 우리는 격랑(激浪) 속에 서 있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 호시탐탐 도발을 노리며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북한, 위안화 절하로 환율전쟁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중국. 그 무엇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국론분열이다. 국론분열은 파멸의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역시 국민을 제대로 이끌고 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바닥 수준이다. 이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이 격랑을 헤치며 광복 100주년을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하자.
光復 70년,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입력 2015-08-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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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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