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복 7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하면서 남북·북미 간 2+2 회담도 제안했다. 문 대표는 남북이 통일 전에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룸으로써 8천만 시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의 ‘308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8천만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문 대표가 밝혔듯이 이러한 구상이 실현되려면 남북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다.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이 경직되고 긴장이 고조되는 한 이러한 구상은 한낱 정치적 주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문 대표의 구상은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함께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제안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도 성사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구상을 “뜬 구름위에 집을 짓는 느낌”이라고 폄하하고 5·24조치의 해제를 여야 대표가 동시에 제안하자는 안도 거절했다. 여당이 평가절하한 마당에 정부 차원에서 실천에 옮겨질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고 이를 계기로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면 통일의 전초 단계로서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남북을 둘러싼 동북아의 국제관계는 한국이 지렛대로서 기능하기에는 현재로선 한계가 뚜렷하다.

여당은 야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으나 야당으로서는 의미있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구상이 집권 비전 선언의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문 대표의 구상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엔 역부족이다. 남북관계는 어떠한 이슈보다 폭발력이 크다. 바로 이 점이 남북관계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시한 구상들이 정책수단과 집행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야당 단독으로 실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사안임을 감안한다면 제안 자체에 무게를 둔 듯한 인상이 짙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으나 정부나 여당과도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