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으로 진행된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양측이 6개항의 합의사항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한 최악의 충돌상황은 피하게 됐다. 합의에 따라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25일 낮 12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방송은 중단됐고, 준전시상태도 해제됐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생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공동합의문 내용 중 일부 아쉬움도 있지만 누구의 도움없이 양측이 자발적으로 만나 충돌을 피하는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우리는 이번 합의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모두가 한몸이 돼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 것은 물론, 역대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의 확실한 대북의지를 일관되게 추진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북한은 남남갈등을 기대했겠지만, 똘똘 뭉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역을 연기하는 젊은 병사들의 애국심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남북 합의안이 후속회담 등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돼 남북사이의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합의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 확대는 어떻게 하든 지켜져야 한다. 성의 없는 이산가족 상봉은 6만여명에 불과한 1세대 실향민과 가족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런 뜻에서 남북 모두 진정성을 갖고 상봉작업에 임해주길 바란다.

북한이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고 도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북한은 앞으로는 대화를 주창하면서 뒤로는 도발을 계속해 왔다. 늘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드러났듯 우리가 강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또한 국론이 하나가 된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볼 수 없음도 증명됐다. 이제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버리고 대화로 나와야 한다. 남북 사이에 훈풍은 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는 언제나 북한의 변화를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