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번 추석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모양이다. 북한은 29일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보낸 전통문에서 우리 쪽의 적십자 실무접촉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내달 7일 열릴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일시와 장소, 상봉단 규모가 결정되면, 정부는 곧바로 상봉 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이는 지난 판문점 고위 당국자 접촉의 귀중한 성과물이다.
적십자사에 등록된 국내외 이산가족은 13만명에 이른다. 이중 절반인 6만3천여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 중 3만5천여명은 80세가 넘는 고령이다. 그나마 상봉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남이 무산된 이산가족 1세대들은 상봉을 기다리다 매년 3천800여명이 한(恨)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수치상 한번에 1천명씩 1년에 두번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해도 2만명이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데 무려 10년이 걸린다. 그나마 살아 있어야 가능하다.
이산가족 상봉을 ‘로또’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만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산가족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었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정점에 이르렀던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북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 만일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이 이뤄졌다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을 것이다.
그동안 80세가 넘은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면서 살아왔다. 생전에 모두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럴 수 없다면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으로라도 이분들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이산가족 상봉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을 북측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화상만남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던 일회성 이산가족 상봉으로 모든 실향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는 이벤트성 행사에 불과할 뿐이다.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이 성사된다면 이야말로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생사확인·서신교환 병행돼야
입력 2015-08-3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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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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