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자영업 대출이 1년 새 24조원 급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이 지난해 6월말의 198조5천여억 원에서 금년 6월말에는 222조9천여억 원으로 12.3%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 7.5%를 크게 상회한 수치이다. 자영업 총대출액의 61.2%가 50·60대에 집중되었다는 지적에 눈길이 간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와 경기부진으로 폐업이 속출하면서 영세자영업자수가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식당·미용실·옷가게 등을 홀로 혹은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할인점이나 유통체인점에 밀리는 터에 영세업자간 과당경쟁으로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10% 내외인데 반해 한국은 터키·멕시코 등과 함께 30%에 이른다. 우리와 GDP수준이 비슷한 캐나다와 스페인의 경우 사업체 수가 한국의 절반 내지는 6분의1수준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자영업비중이 높은 것이다. 10%에 불과한 국내의 자영업 생존율은 설상가상이다. ‘사오정’과 ‘오륙도’ 실직자들이 생계를 목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탓이다.
자영업 위축은 지역경제의 지속성장 저해 및 경기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이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소상공인대책은 소리만 요란했을 뿐 별무성과였다. 전통시장 현대화와 동반성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은 세금만 낭비한 채 효율성이 별로였던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과당경쟁 축소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기로 하고 신규창업보다 기존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둘 예정이나 기대는 금물이다. 정부의 구태의연한 대응이 자영업대란을 키웠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수는 2000년 초반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퇴직이 본격화할 경우 공급과잉문제는 재연될 개연성이 크다. 올해 2분기 실질국민총소득(GNI)이 4년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한국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없는 소상공인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 담보된 자영업 대책 절실하다
입력 2015-09-0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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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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