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년8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남북은 8일 다음 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는 남북 각각 100명씩, 200명 규모다. 이로써 대한적십자사는 인선위를 통해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하며, 먼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컴퓨터 추첨을 해 상봉 인원의 5배수를 뽑는다. 전과 다름없이 운이 좋으면 선정되는 ‘로또’ 상봉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한 차례 고향 방문단을 교환한데 이어 2000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19차례 열렸다. 현재 적십자사에 등록된 국내외 이산가족은 13만명에 이른다. 이중 절반인 6만3천여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더욱이 생존자 중 3만5천여명은 80세가 넘는 고령이다. 그동안 상봉행사로 혜택을 받은 이산가족은 고작 1천965명에 불과했다. 만남이 무산된 이산가족 1세대들은 상봉을 기다리다 매년 3천800여명이 세상을 떠난다. 수치상 한번에 1천명씩 1년에 두번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해도 2만명이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데 무려 10년이 걸린다. 그나마 살아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합의문에 상봉행사 정례화, 생사확인, 고향방문 등 이산가족들이 요구해온 세부사항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80세가 넘은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런데 대상자가 200명이라니 그 숫자가 터무니 없이 적다. 생전에 모두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으로라도 이분들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이산가족 상봉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그 후 만남과 고향방문이 이뤄져야 진정한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번에 정부가 이점을 좀 더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아무튼 상봉행사가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만남을 정례화하고, 가능하면 한번에 많은 사람이 만나는 매머드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돼
입력 2015-09-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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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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