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치권이 시청사 이전 논란으로 뜨겁다. 인천시가 신청사 건립 관련 연구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때아닌 시청사 유치 경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서구지역 정치권은 루원시티가 인천의 중심이라고 주장하고, 남구지역 정치권은 도화지구가 최적지라고 각각 내세우면서 정치 이슈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구 이학재 의원은 단식농성까지 감행하며 시청사 유치전에 나섰다. 결국 인천시가 서구의 ‘루원시티’도 이전 검토대상에 포함한 연구과제를 추진하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단식 농성을 풀었다. 개발계획이 중단된 ‘루원시티’ 일대가 인천의 중심이며 시청이전으로 서북부 개발이 활성화되면 인천시 부채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남구 쪽에서는 도화지구야말로 이전 최적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지매입비용이 낮은 데다 낙후한 구도심 지역인 남구·동구·중구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동구와 연수구도 조만간 논쟁에 가세할 태세다.
논란의 불씨는 인천시가 제공했다. 현재 시청사 부지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연구’라는 과제를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해 마치 청사이전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제처럼 확대해석하거나 오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는 새 청사건립 후보지를 ‘현 청사 부지’뿐 아니라 ‘인천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미봉책으로 보인다. 재정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청사이전은 물론 당장 시급한 리모델링 비용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청사 이전을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이라는 과제를 던져 공연히 정치권의 갈등만 조성한 셈이다. 시청사 이전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일 뿐 아니라 도심 기능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기초자치단체나 지역구 의원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그만큼 검토해야 할 내용도 적지 않다. 이전 계획은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되고 면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며, 시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인천시는 실현 불가능한 이전계획으로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아니라 계획수립 자체를 아예 백지화하거나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옳다.
인천시가 자초한 시청사 이전 갈등
입력 2015-09-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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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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