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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외곽 산트 빈센스 데 카스테예트(Sant Vicenc de Castellet)지역에 위치한 몬타나(Montana Colors, MTN) 본사 현지 공장. 담벼락 전체가 대형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로 장식돼 있다. /특별취재반

페인트 전문가들 모여 ‘MTN’ 창립
그래피티 제품 세계 70여개국 수출
전시·박람회에 개인작가까지 협찬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도움의 손길’
궁평항 프로젝트서도 인연 이어져
8년전 공장벽화 그려준 쌍둥이형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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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60㎞쯤 달려, 산트 빈센스 데 카스테예트(Sant Vicenc de Castellet)역에 도착했다. 이 곳은 바르셀로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답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역에서 30여 분을 걸어가니 수십 여 개 공장들이 밀집된 곳이 나타났다.

그 중 한 곳이 유독 눈에 띄었다. 공장 외벽에 화려한 그래피티아트(Graffiti Art) 벽화가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 이곳은 바로 그래피티아트 스프레이 전문 업체 ‘몬타나(Montana Colors, MTN)’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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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디아즈(Albert Guarch Diaz) /특별취재반

# 스프레이 업체, 후원 통해 그래피티 아트 발전 꾀하다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MTN은 지난 1994년 페인트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했다. 현재 이 곳에서 생산된 스프레이 등의 그래피티아트 관련 제품들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처음 바까리세스(Vacarisses)에 첫 창고를 두고 시작한 것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산 센크 데 카스 지역에 여러 동의 공장을 두고 운영 중이다.

MTN은 그래피티아트 발전을 목표로 그 동안 주요 국제전시회나 패션·무역·건축 박람회 등의 행사에 참여해 왔다.

회사 창립 멤버인 조르디 루비오(Jordi Rubio)대표는 “그래피티아트는 일각에서 문화파괴 행위로 간주됐지만, 우리는 열정적인 하나의 낙서문화혁명으로 봤다”며 “재능을 지닌 작가들을 지원해 그래피티아트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일관된 노선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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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본사 사무실 내부. /특별취재반

그는 후원을 희망하는 개인 작가들에게도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조르디 대표는 “우리 회사가 성장하려면 당연히 그래피티아트가 발전해야 하고 그러려면 작가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 재료도 없는 이들로부터 어떻게 수준 있는 작품이 탄생하길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MTN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자사 제품 공식 스토어와 함께 그래피티아트 관련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명 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에게도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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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9월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 ‘Art on the Street -Graffiti Art’ 국제전(展). /경기도미술관 제공

# 경기도미술관과의 인연

경기도미술관은 지난해 7월 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Art on the Street -Graffiti Art’ 국제전(展)을 개최했다. 담벼락 등 야외에서 이뤄지던 그래피티아트를 실내로 끌어들인다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으로 전시 이전부터 주목 받았다.

하지만 실내 공간에 작품을 새롭게 창작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고, 이는 곧 예산 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당시 전시를 기획한 최기영 큐레이터는 이때 MTN에 도움을 청했고, MTN은 흔쾌히 자사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며 협찬에 나섰다. 든든한 도움을 등에 업고 치러진 기획전시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세계적 포털사이트 구글(Google)에서 직접 전시장을 찾아 준비 과정부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관련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지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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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시내에 위치한 MTN 갤러리. /특별취재반

최 큐레이터는 “MTN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전시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래피티아트 분야의 발전을 위해 손익을 크게 고려치 않고 과감히 지원을 펼치는 그들의 기업 정신에 놀랐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어진 경기도미술관과 MTN의 인연은 이후 화성 궁평항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졌다. 유명 아티스트 윤협이 참여해 궁평항 일대를 그래피티아트로 물들였으며, MTN은 이번에도 후원을 자청했다.

최 큐레이터는 “MTN의 참여 덕분에 우리 미술관의 전시 프로젝트까지 자연스레 홍보가 된다”며 “이미 그래피티 쪽 상당 수 아티스트들이 MTN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이 분야에서 만큼은 앞으로도 단단한 입지를 자랑할 것이다. 이는 훌륭한 아트마케팅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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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제조 공장 외벽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특별취재반

# 문화예술 후원 통한 新마케팅… 되돌아오는 성과

예술 후원은 이제 곧 하나의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된다. 기업이 예술에 투자하고, 이는 다시 기업에 시너지로 돌아오는 순환체계가 구축된다면 기업과 예술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

MTN 마케팅 부서 소속 알버트 디아즈(Albert Guarch Diaz)는 “우리 제품을 지원 받아 창작 활동에 전념했던 예술가가 성장을 거듭하고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오르면, 이후 그가 사용하는 우리 제품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는 단순 홍보 이상의 가치를 낳는다. 이것이 예술이 가진 힘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이미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으며, 결국 후원이 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예술도 발전하고 기업도 좋고. 이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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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생산 공장 외벽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특별취재반

그는 공장 외벽에 그려진 벽화를 소개하며 “이건 8년 전 오스 게미오스와 니나 라는 브라질 상파울로 출신 쌍둥이 형제가 직접 그려준 것이다. 이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 나선다.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딨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후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요구가 빗발쳐 난감할 때도 많다고 한다. 알버트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다 도울 순 없다 보니, 일부에선 불만이 생기는 등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후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금도 항상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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