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회장
김기호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
故 김광성 의원이 지난 1월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타계한 뒤 경기도 장애인계의 깊은 상실감은 현재까지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산적한 장애인문제와 목숨처럼 사랑했던 장애인가족들을 위한 제도수립의 과제를 남겨두고 두 눈을 어찌 감을 수 있으셨을지, 생각만 해도 먹먹할 뿐이다. 그가 남긴 발자취를 되새겨보며, 뜻하는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또 이어가는 것이 우리 장애인계의 남은 도리이자 숙제가 될 것이다.

첫째, 경기도 최초로 장애인당사자 의원에 의한 장애인정책이 수립되었다는 점이다.

장애인당사자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했고, 현장과의 쉼 없는 교류를 통해 그들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대변함은 물론, 행정편의가 아닌 실지 현장이 원하는 제도를 여러 차례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한 점은 지금까지 경기도 장애인정책 수립 관행을 뒤집는 의미 있는 성과이다.

둘째, 6·4지방선거 당시 장애인비례대표로 경기도의회에 진입한 최초의 케이스라는 점이다.

국회는 이미 장애인비례대표가 선출되고 있다. 총선 때마다 거의 모든 黨에서 장애인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공천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복지가 사회복지 여러 직능 중에서도 가장 우선되어야 할 분야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뤄졌다는 것을 웅변한다.

셋째, 장애인당사자 의원의 진정성 있는 활동이 보수적인 의회 내 의원들 간 통합을 촉진하고, 장애인복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등 그 자체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 장애인식 개선을 동시에 이루었다는 점이다. 장애인계의 사회참여와 제도개선 의지는 의회 내 장애의원에 의해 급격히 활성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째, 장애인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군더더기가 없어진 점이다.

장애인현장에 대한 밀접한 의견수렴으로 인해, 가장 이슈가 되어야 할 사안이 시의 적절하게 문제제기 되고, 이는 곧이어 정책 방향의 시행착오를 대폭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보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있을까.

우리는 부득이하게 故김광성 의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과 자산은 오래토록 기억되어야 하며 장애인계와 정치 일선,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당사자가 장애인정책을 직접 수립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이를 위한 인재를 현장에서부터 발굴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옳고 빠른 길이 아닐까. 그동안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배려가 부족했던 정치권에서도 대오의 각성을 통해 다음 지방선거부터 여러 명의 장애의원이 경기도의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당부드린다.

/김기호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