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을 바꾼다면 영어마을 이름도 바꾸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영어마을을 '세종정음마을'로 바꾸고 마을 위상을 조정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영어 중심의 외국어마을, 창의마을, 한글마을 등의 복합 마을로 만드는 것인데 바로 세종의 '정음'이라는 말이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정음'은 훈민정음 곧 한글을 뜻하면서도 다양한 외국어를 적을 수 있는 문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고 바른 소리 문자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자 했던 세종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세종은 이러한 정음관을 바탕으로 모든 외국어를 가장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훈민정음을 제정하였다. 정음 문자관에는 지금 시각으로도 뛰어난 보편성, 자주성, 창의성이 융합되어 있다. 세종은 이러한 융합 정신을 바탕으로 서양이 200~300년에 걸쳐 이룩한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세종 르네상스를 32년 재위기간에 이뤄냈다.
세종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자주적인 업적을 이룬 임금이었지만 국제 관계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문 문서와 중국어는 국가에 소중한 것이라 하고(세종 15년/1443.1.18.) 동아시아 국제 문자인 한자를 비롯한 외국어 학습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어를 직접 익혀 가며 중국어 통역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문 학습에 절대적인 한자음을 정확히 적을 수 있는 훈민정음을 제정함으로써 결국 중국인들조차 제대로 적을 수 없는 발음표기가 마음껏 가능해져 양반 사대부들의 한문 학습에 도움을 주어 국제 소통 수준을 높였다.
이와 더불어 자주적 문화와 과학을 발달시켜 그 모든 것이 융합되어 나온 것이 훈민정음, 한글이었다. 세종은 가장 먼저 우리식 표준 악기인 편경 제작을 통해 소리의 표준을 정하고 도량형의 표준을 정하고 자격루 등의 우리식 표준 과학 기계도 완성했다. 이러한 음악과 과학의 표준을 통해 음악 문자인 훈민정음도 완성될 수 있었다. 이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길을 연 인류 최고의 혁명이었다.
이 모든 놀라운 업적은 철저히 중국 중심, 양반 기득권 중심의 문화와 정치 구도를 깨려는 창의성에서 비롯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세종의 창의적 융합 사상을 우리는 정음 사상이라 부른다. 세종은 더욱이 자칫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는 국제적 보편성과 우리만의 자주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양쪽 다 최고의 꽃이 피게 하였다.
그렇다면 '세종정음마을'이 갖고 있는 정신이나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해진다. 방대한 땅과 예산을 실효성이 떨어지는 영어 교육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영어를 비롯해 다양한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마을로 확장하고 더불어 인류 최고의 사상과 가치가 담겨 있는 한글 마을을 담아서 이 모든 것을 창의성 교육으로 녹여 낸다면 세종 정음 마을은 세계 중심 마을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지다. 이러한 경기도가 세종정음마을을 통해 세계 중심지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면 세종정음마을에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통 크게 영어마을을 바꾼다면 10억원대의 적자는 그 이상의 흑자로 바뀔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이 세종정음마을로 몰려 들어 세종의 꿈을 나눌 것이다.
/김슬옹 인하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