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김명기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
교통조사계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사고와 사건을 접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언제나 후회와 변명을 남기며 여파도 크다. 술을 마시고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다. 그나마 후회와 변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음주운전 이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년 한해 경기 북부지역에서만 1천496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2천645명이 부상을 당했다.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도 목격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음주운전이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미약하고 사회적으로도 음주운전을 관대하게 봐 넘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음주운전의 재범률이 높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음주 운전자를 직접 조사하고 사고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지난달 검찰과 경찰의 음주운전 처벌강화 방안이 마련된 것은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재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음주운전 처벌강화 방안 중 동승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동승자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의지이다. 음주운전 행위를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막고 그 차에 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 차량 몰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0.1% 이상 운전자에 대해 특가법(위험운전치사상죄)을 적용하는 방안도 음주운전을 중대한 범죄로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자체적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속을 출근 및 낮 시간대로 확대해 언제든 음주단속이 이뤄진다는 인식을 넓혀나갈 것이다.

대검찰청도 음주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구속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운전자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원인 제공자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형사처벌 범위가 넓어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량(열쇠)를 제공하거나, 음주운전을 권유하면 방조범 등으로 입건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음주 전력자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야기 또는 최근 5년간 4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하는 등 상습음주운전을 하는 경우 차량을 압수당하게 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일으킬 경우 특가법에 해당하는 위험운전 치사상죄가 적용돼 처벌받게 된다. 처벌을 강화해서라도 음주운전이 근절된다면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중대하고 위험한 범죄로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국민인식 만큼 바람직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김명기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