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둥·푸젠성 통해 각국 수출
명상과 결합 깨달음의 촉매제
육우, 마시는법 등 자세히 기술
경인일보,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계양도서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중국 인문학 강좌 '중국인, 이렇게 산다: 일상과 문화'의 두 번째 강좌가 2일 오후 7시 인천 계양구 계양도서관 지하 계수나무홀에서 열렸다. 정진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강사가 '차(茶)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인, 그리고 중국문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 다음은 강연요지
한 잔의 차 안에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있다. 차의 어원부터 살펴보면 영어의 tea, 독일어의 Tee, 프랑스어의 the, 포르투갈어의 Cha 또는 Chai는 모두 중국어 茶(cha)에서 기원한다. 각국의 발음은 중국 광둥성(廣東省) 방언 cha, 푸젠성(福建省) 방언 Te 등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차가 광둥성이나 푸젠성의 항구를 통해 수출될 때 각국이 어떤 무역 루트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차 또는 다(茶), 두 가지로 읽고 있다. 처음에는 '다'로 읽히다가 조선시대 한글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일반 백성들은 '차'로 읽었다. 왕실, 사대부, 불교에서는 '다'로 읽었다.
약재로 사용된 차는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221∼589) 시기에 이르러 명상과 결합하면서 깨달음의 촉매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승려들은 명상할 때 차를 마셔 졸음을 억제하고, 정신을 맑게 했다.
특히 마조(馬祖·709~788) 선사의 '다선일미(茶禪一味)', 조주(趙州·778~897) 선사의 '끽다거(喫茶去)' 같은 화두를 통해 차는 선(禪)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 시작했다.
특정한 계층이 마실 수 있던 차가 일반 백성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자 차 문화와 관련한 정보·지식을 알고자 하는 수요가 생겼다.
육우(陸羽·733~804)는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 '다경(茶經)'에서 차의 기원, 차 따는 법, 제다 과정, 차의 종류, 다기(茶器), 차 달이는 법, 차 마시는 법, 차 산지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해 당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했다. 중국 차는 국경을 넘어 유목민족 국가로 퍼져 나가기도 했다.
18세기에 이르러 중국 차는 유럽에 본격 수출되기 시작했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차, 도자기 등을 수입했고 영국의 모직물, 면직물 등을 수출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적인 취미를 즐기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를 '시누아주리(chinoiserie)'라고 한다.
중국상품에 대한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양국의 무역수지가 불균형을 이루자 영국은 아편전쟁(1839~1842·1856~1860)을 일으켜 적자를 해소하고자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