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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현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이 '중국의 집 이야기, 주택문화로 본 다양성의 나라, 중국'이라는 주제로 인천 계양구 계양도서관 지하 계수나무홀에서 강연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제공

위계질서로 인간관계 강조
공간가치 중시 도가사상 밀접
전면에 '용혈'있는 명당 선호
화난지역 한족 '사합원' 형식
토착문화·기후에 맞게 조성


경인일보,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계양도서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중국 인문학 강좌 '중국인, 이렇게 산다: 일상과 문화'의 네 번째 강좌가 16일 오후 7시 인천 계양구 계양도서관 지하 계수나무홀에서 열렸다.

이호현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이 '중국의 집 이야기, 주택문화로 본 다양성의 나라, 중국'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다음은 강연요지


중국의 주택양식은 넓은 영토와 다양한 민족, 자연조건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의 한옥처럼 화북지역 중국 주택의 전형인 사합원(四合院)이 존재한다. 다양성 속에서도 중국적 요소가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주택양식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적 요소에는 먼저 유가사상을 꼽을 수 있다. 사회적 위계성과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유가사상은 중국인의 집 공간개념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질서와 위계를 강조하고 전후좌우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정연하고 균형 잡힌 구성을 강조한다. 둘째는 도가사상이다. 집 구성에서 여백과 공허부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도가사상의 영향이며 특히 정원(중정中庭)은 자연적, 비정형적인 구성으로 도가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셋째는 민간신앙이다. 중국의 집은 외부담장(조벽 照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속된 세계로부터 복을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넷째는 풍수사상으로 중국인들은 풍수사상에서 말하는 생기(만물에 있는 생동하는 움직임)가 밀집된 곳인 용혈이 전면에 자리하는 장소를 명당으로 선호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가족제도에서 중요시하는 장유유서(長幼有序), 형제화목, 남녀유별 등이 주택 공간개념에 영향을 미쳐 건물 중앙에 있는 공간이 측면에 있는 공간보다, 좌측이 우측보다 항상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연장자, 남자의 공간은 항상 중앙과 전면, 좌측에 위치하고 여자의 공간은 후면과 구석, 우측에 자리했다.

이러한 중국 주택양식은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전돼 왔다. 중국 주택의 전형이자 기본적으로 상류 계층의 도시주택인 베이징 사합원은 내향적·폐쇄적 공간구성, 중정중심의 공간구성, 위계적 공간구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화베이지역 주택양식은 화베이지역 한족(漢族)이 여러 이유로 남으로 이동해 정착한 지역이 많아 사합원의 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화북지역의 한족이 남으로 피신한 후 그들은 원주민과의 충돌을 방어하기 위해 집합주택을 지었다.

보통 4, 5층 규모로 여러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원형, 방형토루를 이루고 있지만, 공간구성은 기본적으로 사합원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 소수민족들은 각 지역의 자연조건에 맞춰 사합원의 특징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주택 양식을 갖고 있다. 운남성 이족의 '일과인(一顆印)'과 백족이 거주하는 '삼방일조벽(三坊一照壁)'은 기본적으로 사합원의 변형인 삼합원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태족의 '고상식(高床式)' 주택과 동족·묘족 등의 조각루(弔脚樓), 황토고원의 동굴주택 요동(窯洞) 등은 토착 문화와 기후조건 등에 의해 성립됐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