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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부터 정착한 조상들 '안식처'
지역사회와 우호 상징 기념적 사업
차이나타운내 노인정 신설등 '과제'

지난달 인천 화교(華僑)의 숙원이던 화교 납골당이 인천시립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 안에 문을 열었다.

1882년 화교들이 인천 제물포에 정착하기 시작한 이후 중구 내동에 처음 조성된 중국인 묘지는 남구 도화동, 남동구 만수동, 그리고 인천가족공원 등 외곽으로 인천의 도시 변화에 따라 세 차례나 옮겨야 했다. 그러던 것을 개장해 화장함으로써 여기 묻힌 화교 조상들은 비로소 안식을 찾은 것이다.

인천가족공원 화교 납골당 조성을 추진한 손덕준(60·사진) 인천화교협회 회장은 "앞으로는 조상의 묘를 개장하는 죄를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천화교사회에선 경사나 다름없다"며 "인천화교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도 화교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교 납골당 조성은 130년 넘게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화교사회에 상징적인 사건이다.

손 회장은 "화교는 납세 등 시민의 의무를 다하며 세대를 이어 인천에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외부인 취급을 받으면서 복지 등 시민이 누리는 혜택에선 소외됐다"며 "인천시가 만들어준 화교 납골당은 인천 화교사회와 지역사회 간 우호를 상징하는 일종의 기념비인 셈"이라고 했다.

인천화교협회는 1887년 '중화회관'에서 시작한 화교자치조직이다. '중화상무총회', '중화화상상회', '중화상회' 등을 거쳐 1960년 현재의 화교협회로 명칭이 바뀌었다. 초창기에는 화교 상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현재는 출생신고, 호적 정리, 각종 민원처리 등 '주민센터' 기능을 하고 있다.

올 8월 취임한 손덕준 회장은 "앞으로의 인천화교협회는 복지 증진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만 65세 이상 화교 어르신들의 경인전철 무료이용, 인천차이나타운 내 노인정 신설 등이 가장 큰 현안"이라고 말했다.

손덕준 회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1945년 해방 직전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인천차이나타운으로 건너와 무역업에 종사했다. 현재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손 회장과 그의 자녀, 손주까지 5대째 인천에 살고 있다. 손덕준 회장의 부인, 사위, 며느리는 한국인이다.

손덕준 회장은 "화교는 한국 다문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며 "최근에도 중국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으로 이주하고 있는데, 인천화교협회 차원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정보를 주는 등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