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 '살충제 계란' 회의후
다음날 오전까지 왕래 방치
"정부 즉시 일선에 알렸어야"
약품판매처 문닫아 조사못해
"축사밖에 뿌린것 뿐인데…"
일부 농장주 재검사 요구도
농림축산식품부가 15일 0시부터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시킨 초유의 사태의 발원지인 남양주와 광주 산란계 농가 현장은 식품위생 관리행정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남양주 농가에 살충제를 판매한 포천시의 동물약품 판매업소가 문을 닫아 판매한 살충제 양과 판매처는 오리무중이었다. 광주시의 산란계 농장 주인은 파리 퇴치를 위해 농약을 살포했을 뿐이라며 재검을 요구했다. 살충제 판매관리는 물론 사용방식 모두 엉망이었다.
■남양주
=이날 오전 찾아간 남양주시 진관리 산란계 농가에는 농장주는 물론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지난 7월10일 창고 화재 때문인 듯 어수선한 상태였다. 농장 주변에는 소독약통들이 쌓여 있었으며, 선별기는 멈추어 있었고 농장 안에는 미처 출하하지 못한 계란들이 쌓여 있었다.
농장주와 직원들은 이미 출하된 계란을 회수하기위해 모두 나간 상태였고, 양계농장은 AI 발생 위험으로 출입을 제한 함에도 불구하고 오전내내 방치돼 있었다. 남양주시는 오전 11시쯤 뒤늦게 농장 출입을 제한해 안이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시 내부에서는 계란 대란과 관련 정부의 늑장대처도 논란이다. 남양주시가 살충제 계란 발생사실을 확인한 14일 오후 11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남양주시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오후 8시 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는 관계기관이 정부대책회의 이전에 살충제 계란을 인지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즉시 일선 현장에 전파했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 판매업소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약품을 판매한 포천 관내 동물약품 판매업소는 이날 하루종일 문을 닫은 채 연락두절 상태였다. 대표는 해외체류 중으로 16일 귀국해서 식약청이 조사를 할 예정이다.
피프로닐 성분 검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가장 먼저 살충제 구입 농가와 판매량을 파악해야 할 관계기관이 판매업소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까지 피프로닐 살충제 판매 정보는 전무한 상태다.
한편 시는 농장주와 직원들이 나서서 유통된 5천600판(1판 30개)가운데 1천858판을 회수, 전량 폐기 처분했지만 나머지 3천742판은 이미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축사 밖에 파리약 조금 뿌린 게 검출됐다니…. 재검해주세요!"
광주시 곤지암읍 건업리의 산란계 농장주 이모(83)씨는 이날 하루종일 격앙된 심경을 토로했다.
산란계 6만마리에서 하루 1만7천개의 달걀을 생산하면서, 2015년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후 영양제와 해열제·소독약 외에는 약을 쓴 적이 없는데, 애써 생산한 계란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며 전량 폐기한다니 속이 상한 것이다.
이 씨의 아내는 "약을 안 쓰니까 파리가 우글거려 축사 밖에 파리약을 조금 뿌렸다"며 "검출될 정도는 아닌데 계란에서 검출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최근 이 농장은 무항생제 인증농가 대상으로 진행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비펜트린이 ㎏당 0.0157㎎ 검출됐다. 기준치 0.01㎎/㎏을 조금 넘은 것. 비펜트린(Bifenthrin)은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이며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지는 않으나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광주시가 이날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이 씨는 지난 6월, 용인에 소재한 동물약품판매업체에서 '케이킬러' 5ℓ짜리 1병을 구입해 바로 축사 바깥과 달걀보관 창고에 살포했다.
/김규식·이종우·최재훈·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