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위한 여행 아직도 진행형
나눔으로 보답받는 미소의 '가치'
밥이 곧 경전, 삶 그 자체 깨달아

나는 길에서 노인이 끓여주는 짜이(밀크 티)를 마시며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얼마 후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외치는 '아임 헝그리'는 피할 수가 없었다. 사흘을 올드 델리에서 보내고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순례니 기도니 내가 품고 있던 그럴 듯한 화두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때 언뜻 생각했던 것이 몸이든 영혼이든 자유로워야 하는 게 여행이지만 혹여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하자'였고, 여행생활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것은 진행형이다.
한때 내 꿈은 세상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누는 것이었다. 허기를 참지 못해 음식을 훔치고 약탈하고 심지어 시체 주머니를 뒤져가면서 동전을 찾는 아이들에게 도둑이라는 이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첫 인도 여행에서 내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나눈 밥은 200인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들이 얼마나 보람되었는지,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거리의 아이들이 밥접시를 들고 나를 향해 날려주는 미소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으니까.
내가 첫 인도 여행에서 배운 건 '밥이 곧 경전이고, 삶 그 자체라는 것, 현실에서 내가 느끼는 우울감이나 욕망은 과한 잉여 때문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의 밥 나누기는 조용히 세계오지로 뻗어나갔고 히말라야 아이들과 아프리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통한 이 시도는 언제까지 인간의 일을 신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고, 이번 연재의 초점을 '세계의 아이들'로 맞춘 것도 그런 이유다. 모처럼 경인일보 독자들께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김인자(경인일보 신춘문예 출신 시인·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