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자15
내가 아니고 우리일 때 풍요로워지는 지구별-천사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만나요 아이들이 속삭여요.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 질 수 있어요." 우리는 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나요. 왜 우리는 잊었을까요.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세요. 한 아이가 눈부시게 바스라지는 햇살 같은 웃음을 세상에 뿌리고 있는 것을. 우리 품에서 웃고 있는 아이처럼. 지금 우리 아이의 웃음이 바람처럼 날아가 저 건너 아이들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귀 기울여 보아요. 이 아이들의 가녀린 숨소리를, 그 희망의 노래를. 그래요.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에요.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지 않아도 돼요. 따뜻한 당신의 마음이 중요해요.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동행'이에요. 글/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사진/김인자 시인

아이들 위한 여행 아직도 진행형
나눔으로 보답받는 미소의 '가치'
밥이 곧 경전, 삶 그 자체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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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90년대 초, 나 역시 경험자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도로 갔다. 최악의 그림을 예상했지만 다음 날 새벽, 오물이 널린 올드 델리 골목에서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잠든 모습을 보며 지상에 지옥이 있음을 확인했달까. 겨우 인도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집을 나서기 전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은 까맣게 잊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길에서 노인이 끓여주는 짜이(밀크 티)를 마시며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얼마 후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외치는 '아임 헝그리'는 피할 수가 없었다. 사흘을 올드 델리에서 보내고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순례니 기도니 내가 품고 있던 그럴 듯한 화두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때 언뜻 생각했던 것이 몸이든 영혼이든 자유로워야 하는 게 여행이지만 혹여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하자'였고, 여행생활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것은 진행형이다.

한때 내 꿈은 세상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누는 것이었다. 허기를 참지 못해 음식을 훔치고 약탈하고 심지어 시체 주머니를 뒤져가면서 동전을 찾는 아이들에게 도둑이라는 이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첫 인도 여행에서 내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나눈 밥은 200인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들이 얼마나 보람되었는지,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거리의 아이들이 밥접시를 들고 나를 향해 날려주는 미소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으니까.

내가 첫 인도 여행에서 배운 건 '밥이 곧 경전이고, 삶 그 자체라는 것, 현실에서 내가 느끼는 우울감이나 욕망은 과한 잉여 때문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의 밥 나누기는 조용히 세계오지로 뻗어나갔고 히말라야 아이들과 아프리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통한 이 시도는 언제까지 인간의 일을 신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고, 이번 연재의 초점을 '세계의 아이들'로 맞춘 것도 그런 이유다. 모처럼 경인일보 독자들께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김인자(경인일보 신춘문예 출신 시인·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