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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없는 상하(常夏)의 나라는 얼마나 삭막하고 허전할까. 조물주의 특혜인 단풍에 한껏 취하는 지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유럽 남서부, 북미 등 세 권역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단풍 하면 단연 캐나다다. 국기부터가 단풍 잎사귀 모양인데다가 지상 최장의 단풍 산맥 띠가 광활한 캐나다 땅의 종횡으로 뻗쳐 있기 때문이다. 횡으로는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앨버타~서스캐처원(Saskatchewan)~온타리오~퀘벡까지 길고도 길게 뻗쳐 있고 종으로는 북극해 자락으로부터 솟아올라 캐나다 땅을 종단, 미국 서부 여러 주까지 지나 멕시코 국경까지 뻗어 있다. 그 종단 단풍 띠인 로키산맥이야말로 속된 말로 끝내준다. 찬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식물생리학자 몰리슈(Molisch)도 그 북미와 일본 단풍을 최고로 꼽았다.

백두산보다도 1천m나 높은 해발 3천776m의 일본 후지(富士)산과 제2의 고봉인 3천193m의 키타다케(北岳) 등은 9월 초면 이미 붉게 물든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단풍산맥은 북쪽 홋카이도(北海道)로부터 중부 토야마(富山), 야마나시(山梨)현까지의 긴 홋카이도~쿠로다케(黑岳) 줄기다. 고도(古都) 교토와 코베(神戶)의 고풍스런 단풍, 관광도시 닛코(日光)의 계곡 폭포와 어우러진 단풍에도 입이 벌어진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하늘 아래 첫 산으로 꼽는 해발 1천545m의 태산은 바위투성이일 뿐 단풍은 없다. 중국에선 허베이(河北)성 북부의 바이스(白石)산 바위 틈서리마다의 단풍이 장관이고 쑤저우(蘇州) 톈핑(天平)산 단풍도 유명하다. 후난(湖南)성 북쪽 천하제일 경치라는 장쟈졔(張家界)와 광시(廣西)성 꾸이린(桂林),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 단풍도 꼽히고….

붉을 단(丹), 단풍나무 풍(楓)자가 '丹楓'이다. 단풍엔 황엽도 있고 홍엽도 있건만 단풍이라고 하는 건 새빨간 잎이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엔 이름 자체가 단풍 산인 금강산 '풍악(楓嶽)'에다가 평안북도엔 '단풍덕산(丹楓德山)'도 있다. 못 가는 게 한이고 황폐한 북녘 산이 안타깝다. 휴전선 남녘은 이번 주가 단풍 절정이다. 금년엔 날씨가 좋아 더욱 아름답단다. 험악하고 추악한 속세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