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대병원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외과의사다. 4억원이 넘는 경비 때문에 귀국 여부도 불투명한 석 선장을 현지에 가 데리고 왔다. 석 선장은 이 센터장이 집도한 수술을 받고 제2의 생을 살고 있다. 이국종은 유명인이 됐고, 대통령 지시로 전국 각지에 중증외상센터가 개설됐다. 한때 서울 소재 대형병원으로의 이직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그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가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다시 이국종이다. 두차례 수술로 생명은 구했지만 추가 수술을 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아직 총알을 다 제거하지 못했고, 워낙 내상이 깊어 열흘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 병사는 헬리콥터에 실려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광역응급시설의 힘이다. 그는 성남에 있는 국군통합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중증외상 환자를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주대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국군병원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센터장은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있다. 외과는 전공의들의 기피 과목이다. 더구나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중증외상센터의 인력난은 고질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중증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환자 등에 대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의사 본인은 물론 부모들이 말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 센터장은 "세상에 빚진 게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언론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천상 외과의사다.
북한 병사는 아직 의식이 없다. 비록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지만 '본능'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꼭 살려내고 싶다'는 이국종의 간절함이 더해져 북한 병사가 의식을 되찾기 바란다. 그래서 그의 입으로 긴박했던 탈출 과정이며 북한의 최근 실상을 듣고 싶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