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에서 광역의회로 무대를 넓혀가는 풀뿌리 정치인들이 대다수지만 6·13 지방선거에선 이를 역행하는 정치인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원은 1천300만 도민의 삶의 질을 좌우할 정책을 다루고 20조원 규모의 혈세를 좌지우지하는 중책이지만, 정작 지역의 실상을 면밀히 살피는 풀뿌리 정치와는 멀어진다는 딜레마에 기초의회로 유턴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영희 경기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의원 후보 공천을 받았다. 다수의 시의원들이 기초의회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도의회 입성을 노리고 있지만, 이 의원은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기 전 시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그의 이러한 선택에 지역 내에선 갑론을박이 일었다. "도의원이 왜 시의원에 도전하냐"는 비판도 상대주자 쪽에서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 의원은 "많은 고민이 있었고, 비판도 만만치 않았었다"며 "저 역시 시의원 출신으로 4년 전 도의원에 당선돼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저는 지역주민들과 더 깊이있게 소통할 수 있는 시의원이 더 보람있던 것 같다. 다선의원으로서 4년 동안 시의회에서 벌어졌던 각종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의회로 거듭나게 하는 게 제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도의원들이 다시 시의원으로 유턴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대 도의원을 역임했던 박천복 전 도의원은 이번에 오산시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지난 2015년에도 김종용 전 도의원이 의왕시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었다.

도의회 관계자들은 도의원 활동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시·군의원들처럼 지역주민들과 긴밀하게 스킨십을 하는 것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군수로 발돋움하려면 기초의회에서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게 더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영근 한국당 김포시장 후보는 도의원에서 다시 시의원으로 돌아가 의장을 역임한 후 이번에 김포시장 후보 공천을 따낸 경우다.

한 도의원은 "지역행사만 가도 시의원들과 인지도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과 시의원 사이에서 끼어있는 존재 같아 지역 정치인으로 활동하기엔 벅찬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 때문에 유턴하는 도의원들도 드물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